스페인, 포르투갈 건축기행-I
신영은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사람, 대표)
건축사들의 건축여행 모임인 오군회에서 지난 2월 3일부터 14일까지 11박 12일의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건축물을 탐방하였다. 오군회의 건축여행은 여행+견문+가족애가 목적이다. 실 체류 10여 일간 60여 곳 이상의 건축물을 탐방하는 빠듯한 일정을 통해 느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건축물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2월 2일 늦은 오후, 강남구 건축사님으로부터 “여행이란 나를 돌아보는 것, 답사는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것, 잘 다녀 오시게나..”라는 문자를 받았다. 비로소 여행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12일의 여행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 한 달여 전부터 나의 모든 일정은 여행 이전과 여행 이후로 나뉘어졌다. 꼭 실행하고 싶었던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들은 상당한 스트레스와 격무를 안겨주었다. 마침내 2월 3일, 우리는 독일을 거쳐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25시간여의 여정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소트 드 모우라를 만나다!
포르투갈은 지중해성 기후로 상온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포르투갈은 인구 1000만여의 작은 나라이지만 2명의 걸출한 건축가를 배출하였다. 바로 알바로 시자와 2011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에드와르도 소트 드 모우라라는 건축가이다. 우리는 시자보다는 모우라의 건축물을 답사하기로 하여, 파울라 레고 미술관과 엑스포 센터를 관람하였다. 파울라 레고 미술관은 지역성과 세계 건축의 보편성을 함께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브라가 스타디움, 부르고 타워, 포르토 지하철역등과 함께 그에게 프리츠커상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모우라는 알바로 시자의 제자로 포르투갈 파빌리온 프로젝트에도 함께 작업하였다.

Souto de Moura, Paula Rego Museum, 포르투갈

에드와르도 소트 드 무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콜롬부스와 카르멘을 만나다!
포르투갈에서 중세사람들이 지구의 끝이라 여겼던 땅끝마을, 고딕양식의 제레니모 수도원, 벨렘탑 등을 거쳐 이튿날 국경을 넘어 스페인의 세비야를 향했다. 세비야는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이자 오페라 <카르멘>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무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세비야는 12세기에 이슬람문화의 꽃을 피웠다 하며 지금은 역사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세비야에서는 대성당과 알카사르, 황금의 탑, 박람회장을 관람하였다. 카르멘이 여공으로 일했다는 담배공장을 보며 카르멘과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으며, 스페인광장의 박람회장에서 가이드가 알려준 김태희 다리에서는 우리모두 김태희의 이모와 삼촌이 되기 위해 각종 포즈를 취해보기도 하였다. 또한 대성당에 안치된 콜롬부스의 무덤을 보며 콜롬부스의 스페인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스페인 광장의 박람회장, 세비야

대성당 안의 콜롬부스 묘 위의 조형물,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 톨레도
코르도바에서는 유대인 거리와 델포르토 광장, 코르도바 모스크를 답사하였다. 모스크는 스페인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는 건축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스페인은 고트족과 무어인의 전쟁이 극심하였던 곳이고 8세기~10세기에 거쳐 이 모스크를 건립하였다. 그렇지만 13세기 기독교가 무어인을 정복하면서 15세기에 모스크는 대성당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한다. 기독교의 승리를 모스크의 리노베이션과 확장을 통해 표출한 것이다. 엄청나게 힘든 공법이었으리라 추측된다.

역사를 말해주듯 한 건물안에 이슬람양식과 고딕양식이 혼존하는 모스크, 코르도바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에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리스트 타레가의 기타곡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은, 타지마할의 모델이 될만큼 이슬람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슬람건축물은 다양한 아치와 황남백흑의 4색타일, 아라베스크(아라비아 문자와 식물, 기하학적 모티브가 어울려서 교차된 곡선 가운데 융합되어가는 환상적인 무늬)문양이 특성인데 이러한 것들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공주의 방 천정의 종유석모양 장식

아름다운 그라나다의 하얀마을

알함브라 궁전

자연요새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톨레도

오르가즈백작의 매장, 1588, 엘 그레코
우리가 여행할 당시 전세계가 이상저온으로 굉장히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고 하였는데 스페인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따뜻하였다.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마냥 푸르르기만 하였고, 버스로 이동 중 펼쳐지는 끝이 없어 보이는 올리브 농장, 푸르디 푸른 초원들은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였다. 특히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마을들에서 보여지는 하얀 벽체에 토석 기와지붕의 자연스런 배치는 은은하면서도 멋스러움을 보여주었고, 고층건물이 거의 없는 점이 눈앞을 스쳤다.
여행을 하다보면,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이 외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여질까.. 우리 건축사들은 우리나라, 우리 지역의 건축문화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건축인들이 건축여행을 떠나는 것은 우리 건축인들이 여러 문물을 접하고 탐구하여 우리의 건축문화를 구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여행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여러도시에 있는 중세건축물과 현대 건축물, 그 나라들의 문화, 지나쳐지는 풍광들 속에서의 분출되어지는 모습들을 접하면서 끝없는 숙제들을 안겨주었다. 그 숙제는 마침내 건축의 구현으로 드러날 수 있으리라..(다음회에 계속)